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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의 어바웃 시네마]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의 절묘한 균형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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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히어로 영화는 캐릭터의 개성과 파워를 오락의 핵심으로 삼는다. 그렇기에 이 장르의 에너지는 그 같은 슈퍼히어로가 여럿이 함께 등장하면 배가된다. 게다가 저마다 수많은 팬들을 거느린 그들이 한 영화에서 편을 나눈 채 서로 정면 격돌하게 된다면? 슈퍼히어로 영화로서 ‘캡틴 아메리카:시빌워’(4월27일 개봉)를 꿈의 프로젝트라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어벤져스와 관련된 사고로 세계 도처에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자 국제사회는 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117개국이 합의한 소코비아 협정에 따라 어벤져스를 UN 산하의 공식 조직으로 끌어들여 통제하려는 슈퍼히어로 등록제가 시행되려 하자 어벤져스 내부는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격렬하게 대립하기 시작한다. 
‘캡틴 아메리카:시빌워’는 이 장르의 팬들이라면 다들 바라는 꿈의 프로젝트이면서, 동시에 역설적으로까지 여겨지는 신선한 구도가 돋보이는 설정에 바탕한 영화다. 집단적 규제에 따른 질서를 주장하는 찬성파의 수장 토니 스타크(아이언맨)는 원래 자유분방한 괴짜다. 개인적 판단을 신뢰하며 자유를 옹호하는 반대파의 리더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는 본래 집단적 사고체계와 규율에 최적으로 조응한 모범생이다. 그런데도 결국 정반대 쌍곡선으로 엇갈리게 되는 두 인물의 기묘한 변화는 그들 각자의 경험과 깨달음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게다가 이 영화에서 물리적 싸움은 ‘내전’을 뜻하는 ‘시빌워’란 부제에서 암시되듯, 어벤져스 내부의 구성원들 사이에서만 벌어진다. 여기에 함께 힘을 모아 대적해야 할 막강한 파워의 슈퍼빌런 같은 건 없다. (이 영화의 악당은 직접 싸움을 벌이는 대신 그 싸움을 기획한다.) 하루아침에 적으로 사투를 벌여야 할 어제의 친구들이 있을 뿐이다. 

조 루소와 앤소니 루소 형제가 감독한 이 영화에서 감탄스러운 것은 그 많은 슈퍼히어로들을 절묘한 균형감각으로 다뤄내면서도 각자의 매력에 일일이 액센트를 부여할 줄 아는 솜씨다. 블랙팬서 스파이더맨 앤트맨처럼 이 세계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극중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낼 땐 수트를 착용하기 전의 평상복 차림으로 친근하게 낯을 익히도록 한다. 블랙위도우나 팰콘처럼 익숙한 캐릭터들은 이전과 다른 입장에 세우거나 한층 업그레이드된 수트를 부여하는 식으로 이색 기용한다. 한 인물이 다른 인물을 처음 만나거나 오래도록 함께 했던 인물들이 등을 돌리게 되는 것 같은 이합집산 양상은 드라마뿐만 아니라 유머와 액션에까지 철두철미하게 활용한다. 연령과 성별에서 인종과 성향까지도 골고루 안배하는데, 예를 들어 대립하는 양측엔 유머를 담당하는 캐릭터와 여성 캐릭터가 각각 한 명씩 있다. 그리고 양측 유대감의 핵심에는 각각 토니 스타크와 제임스 로드(워머신), 스티브 로저스와 버키 반즈(윈터솔져)의 우정이 있다.  

이 영화의 액션 장면들은 관객이 어디에 주목해서 쾌감을 얻어야 하는지를 정확히 짚어준다. 슈퍼 히어로 장르의 영화로는 상당히 사실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액션 스타일은 디테일과 전달력이 뛰어나 낭비가 없다. 극중 격투 장면들은 캐릭터와 장소에 따라 실로 다양하게 변주되지만 호쾌하면서 섬세하다는 점에서 예외가 없기도 하다. (일부 내용적 측면이나 액션의 방식에서 제이슨 본 시리즈를 종종 떠올리게 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특히 10명이 넘는 슈퍼히어로들이 일거에 격돌하는 공항 액션 시퀀스는 활력과 아이디어가 뛰어나서 그 싸움이 오래도록 끝나지 않기를 바라게 만든다. 다소 무겁게 여겨지는 이 작품에서도 공항 액션 시퀀스만큼은 그 전면적인 격돌 양상에도 불구하고 유머가 적극 곁들여지며 떠들썩하게 펼쳐진다. 이런 묘사 방식에는 양쪽으로 나뉜 히어로들을 바라봐야 하는 관객들의 감정적 당혹감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영화의 마지막 액션 장면은 그 과감한 양상으로 감정적 여운을 짙게 남긴다.  
 
이 영화가 그 설정이 함축하고 있는 다양한 논제의 변죽만 울리고 만다는 점에선 아쉬움이 없지 않다. 이 이야기는 질서와 자유가 상충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묵은 물음을 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이 성선설에 기반한 믿음의 대상인지 아니면 성악설에 기반한 통제의 대상인지에 대한 논전, 오류가능성을 인간다움의 한 특성으로 보아 용인할 것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 부작용이 있더라도 그 경향성 자체를 예단해 사전 차단할 것인지에 대한 난제 같은 다양한 딜레마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원작 만화가 심지어 빌런들까지도 견해에 따라 양쪽으로 나뉘는 상황 속에서 이와 같은 문제들을 비교적 깊숙이 탐구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결국 캐릭터들 개인의 사연에 기반한 감정적 격랑 속에 이 모든 것을 너무 뜨겁고도 손쉽게 녹여버린다.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시빌워’는 점점 커지는 기대와 맞물려 피로감 역시 점차 높아지고 있는 시리즈의 입지와 조건이 빚어낸 어려움 속에서도 제 몫을 단단히 해낸 수작임에는 틀림없다. 묘하게도 이 작품은 그 구체적인 설정과 모티브에서 얼마 전 개봉한 라이벌 시리즈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과 적지 않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매끈하고 세련된 ‘캡틴 아메리카:시빌워’와 요령부득인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의 현격한 질적 차이는 결국 영화가 기본 설정과 몇몇 아이디어만으로 완성될 순 없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

(별다섯개 만점)

글쓴이 : 이동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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