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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한 마왕, 드라큘라 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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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사전, 세 번째 이야기는 드라큘라 백작이다.
뱀파이어나 흡혈귀 등의 좀 더 넓은 개념은 한 번 더 정리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온전히 ‘드라큘라 백작’에 대해서만 짚어본다.

드라큘라는 원래 남부 루마니아의 왈라키아 공국을 지배하던 한 영주의 이름이다. 오스만투르크에게 집요한 침략을 받던 루마니아인들에게 드라큘라는 외세를 물리친 전쟁영웅이었다. 그의 아버지 역시 나라에서 ‘용(Dracul)’을 뜻하는 작위를 받았고, ‘용의 아들’이라는 뜻으로 드라큘라라는 이름이 되었다. 또한 블라드 체페슈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기도 했는데, ‘체페슈’는 꼬챙이 혹은 가시라는 뜻으로 전쟁 포로들을 꼬챙이에 끼워 공포감을 조성했던 그의 잔인한 일화가 바탕이 되었다.
영국의 소설가 브람 스토커가 이런 실존 인물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 <드라큘라>다. 이성을 대표하는 집단인 과학자들의 일기와 편지로 초자연적 존재인 드라큘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독특한 방식의 명작이다. 그러나 이름과 국적만 가져왔을 뿐 왈라키아의 블라드 체페슈와는 크게 엮이는 내용은 없다.
각각 1922년과 1979년의 <노스페라투>. 우리가 알고 있는 드라큘라 백작과는 많이 다르다.
<흡혈귀 드라큘라>는 1922년에 <노스페라투>라는 제목으로 최초로 영화화되었다. 그러나 사실 브람 스토커의 미망인이 저작권을 허용하지 않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제목을 <노스페라투>로 바꾸고 약간의 각색을 해서 제작되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브람 스토커의 미망인이 묵과하지 않았고, 결국 이 영화는 상영금지 당한 채 오랫동안 전설로 남아있었다. 1979년 베르너 헤어조크에 의해 리메이크된 <노스페라투>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여기에서 흡혈귀 올록 백작은 단순한 괴물이 아닌 살아있지도 죽지도 않은 자신에 대해 철학적으로 고민하는 존재다. 이자벨 아자니가 열연한 여주인공 루시와의 관계도 단순한 괴물과 희생자의 관계를 넘어서 야릇한 분위기가 흐른다.
벨라 루고시의 드라큘라. 우리가 알고 있는 드라큘라 백작의 이미지는 모두 그에게서 시작되었다.
<노스페라투>의 흡혈귀는 대머리에 뾰족한 앞니(송곳니가 아님)를 가진 모습인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드라큘라 백작, 그러니까 단정히 빗어넘긴 머리에 창백한 얼굴을 한 망토의 괴물은 1931년 토드 브라우닝 감독의 <드라큘라>에서 완성되었다. 이때부터 드라큘라 백작을 연기하기 시작한 벨라 루고시는 평생을 드라큘라 백작 역으로 살았으나 드라큘라 이미지가 너무 강한 나머지 다른 영화에서는 별다른 두각을 보여주지 못했다.
할리우드에서 수많은 양산형 드라큘라 영화가 나오기 시작한다. <드라큘라의 딸(1936)>, <드라큘라의 아들(1943)>, <드라큘라의 집(1945)> 등 드라큘라를 다루거나 드라큘라의 관련 인물들이 등장하는 영화가 쏟아졌으며, 심지어 <드라큘라의 집>에서는 늑대인간,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괴물 등 친숙한 다른 괴물들까지 패키지로 등장한다.
각기 시기별로 1958년, 1966년, 1970년, 1972년에 크리스토퍼 리가 열연한 드라큘라. 불멸의 존재 드라큘라가 서서히 나이 들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후 드라큘라 영화는 우리에게 <반지의 제왕>,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의 사루만 역으로 유명한 명배우 크리스토퍼 리를 주연으로 <드라큐라(1958)>, <드라큐라-어둠의 왕자(1966)>, <무덤에서 일어난 드라큘라(1968)>, <드라큐라의 환생(1970>), <드라큘라 A.D.1972(1972)> 등의 영화가 연속으로 제작된다.
한국영화 <관 속의 드라큘라>의 드라큘라. 대낮에 스님과 격투 중이다.
드라큘라에 대한 영화들은 당연히 다른 나라에서도 활발하게 제작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영화를 간단히 짚어 보면 <영구와 흡혈귀 드라큐라(1992)>나 <갈갈이 패밀리와 드라큘라(2003)> 등이다. 한국에서 제작된 드라큘라 영화 중 가장 기가 막힌 작품은 1982년에 개봉된 <관 속의 드라큘라>였다. 드라큘라 백작이 나이트클럽에서 여자를 유혹한다든지, 스님과 결투를 벌이는 등의 엄청난 장면들이 많다. 관에서 일직선으로 일어나는 장면에서는 피아노 줄이 보이고, 이빨 분장은 문방구에서 막 사온 것 같다.
브람 스토커가 만든 최초의 드라큘라는 그다지 입체적인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러나 피를 빠는 행위에서 프로이트 적으로 성적인 해석이 추가되거나, 물린 사람은 드라큘라로 전염된다는 점에서 에이즈 혹은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로 발전하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사가 복잡한 드라큘라 백작은 아마도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드라큐라 (1992)>일 것이다. 드라큘라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지만 자신이 전사했다는 거짓 정보에 자살해 버린 부인의 주검을 맞는다. 게다가 자살한 영혼은 구원해 줄 수 없다는 기독교에 분노한 그는, 스스로 마왕이 된다. 그리고 400년 후까지 살아남아 부인과 닮은 여인을 찾아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또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NBC의 시리즈물 <드라큘라>는 드라큘라와 반헬싱 교수가 손잡고, 세계를 움직이는 악의 무리 ‘용의 기사단’과 싸우는 이야기다.
아마도 우리 곁에 영원히 살아남을 몇 안 되는 캐릭터 중의 하나인 드라큘라 백작의 다음 변신을 즐겁게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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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임정원
201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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